"완벽주의가 아닌 ‘완료주의’에 대해 다시 스스로를 일깨우고 실행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올해가 시작되던 1월 첫째 주에 제가 배운 것을 기록했던 문장이에요. 저희 회사에서는 팀장 이상의 리더들이 매주 T5T Top 5 Things 라는 걸 씁니다. 대표님께 보고드리는 목적도 있지만, 작년 9월 마지막 주부터 어느덧 20주 넘게 쓰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를 위한 기록이라는 가치가 더 커차고 았습니다. 'Top 5'라는 의미 그대로 매주 가장 중요하게 다루거나 느꼈던 일이나 생각 다섯 가지를 정리하며, 한 주를 돌아보고 다음 주를 계획하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리더분들마다 적는 양식과 항목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 저는 '그 주에 배운 것'과 '구체적인 성과', 그리고 '다음 주에 진행해야 할 핵심 과업'을 합쳐서 5가지로 적고 있어요. 1월 첫 주에 배운 것으로 '완료주의'를 썼던 건 <나답레터>에서도 자주 전해 드렸던 '시작'이라는 단어와도 관련이 있고 그 당시 보게 되었던 유튜브 영상에 관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님. Team DAY1 재석입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일을 완료하는 것과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그리고 완벽해진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님도 호기롭게 시작한 기획과 계획, 실행의 반복 속에서 이 정도면 마무리해도 되겠다며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주춤거리게 될 때가 있으시지 않나요? 저같은 경우, 혼자서 AtoZ를 하는 일에는 그런 부담이 덜한 편인데 조직에서 협업을 하거나 어떤 일을 승인해야 하는 경우에는 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실패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앞설 때가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조금 더,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큰데 오히려 그런 생각이 부작용을 불러올 때도 있더라고요.
20주를 넘게 매주 기록하고 있는 T5T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계획하고
함께 일하는 분들과 생각을 나누는데 유용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던 '완료주의'에 관한 생각은 유튜브 EO 채널에서의 스탠포드 돌돌콩 전선영님의 인터뷰를 통해 정리하게 된 것이었어요. "준비가 된 느낌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던지는 것이 나를 준비시켜주는 과정입니다."라는 말씀이 가슴 깊이 남더군요. 그 깨달음을 빌려, 그날 바로 제가 일을 하면서 느낀 완료주의라는 단어를 부서원들과 공유하기도 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되새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 묘한 일이에요. 예전 같으면 일에 대해 더 예민해지기도 하고, 챙겨야 할 수십 가지에 매몰되어 '시간이 순삭됐다'며 한숨을 내쉬었을 법도 한데, 1월 마지막주의 <나답레터>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여전히 의외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새해를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돌돌콩 님은 취업 준비 시절, 100개의 'No' 뒤에 단 하나의 'Yes'가 적힌 그림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성공이라는 'Yes'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거절의 절대량'이 있다는 사실이죠. 제가 하고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이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종종 단 한 번의 파격적인 캠페인으로 시장을 흔들길 꿈꾸지만, 현실에서 100점짜리 결과물은 수많은 0점짜리 시도 끝에 나옵니다.
1월 <나답레터>에서 짧게 소개드렸던 것처럼 현재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Wellness House Seoul 프로젝트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이긴 하지만 5개의 공간을 한번에 오픈하는 것보다 한 곳씩 완료하고 다듬어 가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오픈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속성상, 고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나서도 각 공간별로 쪼개어 현장의 운영 이슈들을 계속 점검하고 수정하며 전체적인 성과를 높이는데 유효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각각의 공간들도 100%라기보다는 80% 수준의 준비를 마치고 오픈하기로 하는 결정도 유효했고요.
많은 일의 과정을 관통하는 100개의 No 끝에 오는
단 한 개의 Yes를 통해 결국 결과물들이 만들어 집니다.
또한 SPC의 해피포인트, 잼페이스, 그 이전에 Daum의 여러 앱 서비스를 다루면서는 우리가 완벽하게 서비스를 론칭하고 준비하는 것보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수집하고 반영할 수 있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일상적인 기획 업무에서도 한꺼번에 100%의 완성본을 제시하기 보다 중간 과정의 초안을 들고 협업 부서 또는 보고 라인을 만나 열 번의 리젝을 받는 것이 결국 완성도를 높이는데 훨씬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라는 것을 수없이 경험하기도 했어요. 그 거절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기획과 계획에 '올바른 방향과 구체성'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를 지향하며 실패가 두려워 기획서를 붙잡고만 있지만, '80%'라는 기준의 완료주의는 빠르게 시장에 던져 꼭 필요한 'No'를 수집하게 하다는 것입니다. 성공은 완벽한 계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소진한 거절의 리스트 끝에서 발견되는 것이더라고요.
'찝찝함'을 견디면
돌돌콩님의 인터뷰에서 제가 가장 와닿았던 작은 성공들의 과정을 마무리 지으며, 스스로를 칭잔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일의 루틴을 '최상의 컨디션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돌돌콩 님은 루틴의 진짜 가치는 하기 싫고 찝찝할 때조차 마침표를 찍게 만드는 힘에 있다고 말합니다. 영 마음에 안 들어도 어쨌든 끝냈다는 그 '찝찝한 완료'의 감각이 우리를 완벽주의의 늪에서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은 익숙하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잖아요. 누구나 갖고 있는 DNA입니다. 전혀 이상할 게 없죠. 포털의 브랜드마케팅팀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GS샵, 인터파크, SPC 등 이커머스 회사와 뷰티 콘텐츠를 다루는 스타트업 잼페이스에서 또 다른 시도들을 거듭하며 '익숙함의 DNA'에 변이가 일어났습니다.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의 직업인'으로 저를 소개해 드립니다. 변화의 앞자락에 서 있는 IT 회사에서 새로운 차원의 지도 '로드뷰',
그리고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는 시기에 처음으로 ‘모바일웹’ 서비스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했어요. 이후 콘텐츠와 커머스 분야에서 크고 작은 캠페인 기획, 마케팅 일을 하며 새롭게 시작되는 프로젝트에 익숙해졌습니다. 점점 더 호흡이 빨라지는 세상에서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일을 대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