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혁님의 '회복 탄력성' 레터를 읽고 저에게 필요한 조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제 아들에게 필요한 조언이었습니다.
Team DAY1은 여러분의 새로운 시작과 성장을 돕는 페이스 메이커 그룹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나답레터'를 통해 발견, 정의, 실행, 달성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들려 드리고 있습니다.
아들은 축구를 합니다.
6살 때 취미반을 시작했고 7살부터는 축구 선수를 지망하는 선수들이 다니는 엘리트반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11살이 되어서 KFA 등록선수가 되었습니다. 인생 절반을 축구와 함께 한 셈이네요.
위 사진은 6월 15일 효창구장에서 열린 주말리그 경기입니다. 아들이 동점골을 넣어 추격하나 싶었는데 결국 1:2로 지고 말았네요. 그리고 23일에 열린 경기에서도 1:3으로 졌습니다.
최근 아들 경기를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전적인 모습도 없고 무기력한게 즐거워보이지 않았거든요.
경기를 마치고 대화를 나눠보니(사실 화를 냈어요) 저의 44년 인생만큼이나 11년 인생에도 스트레스가 가득하더라고요.
스트레스의 원인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었습니다.
골도 넣어야 하고, 어시스트도 해야하고, 진학을 위해 스카우터에게도 잘 보여야 하고, 주장으로 팀의 단합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선수 부모들간의 갈등도 아들에게 고스란히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아들의 스트레스 강도가 그 정도였습니다. 자신에게 공이 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상대 수비수와 경합할 자신이 없고 스트레스가 짓누르니 당연히 활동량도 떨어진 것이었죠. 축구에서 도망가고 싶었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가 '축구 그만하고 싶니?'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해도 되고 가슴도 아팠습니다.
재미있는 문답을 했는데, 아들이 '축구를 즐겁게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언제가 즐거울까?' 물어보니 '잘했을 때'라고 하더라고요. 잘하면 즐겁고 즐겁게 축구를 하려면 잘해야 하는데, 잘하기 위해 들었던 조언들은 스트레스로 쌓이는 상황이었습니다.
프로 축구 선수가 될 확률이 0.7%밖에 안된더라고요.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 영상의 한 장면인데요, 이 얘길 듣고 '당연히 축구 선수는 안되겠군'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어짜피 축구선수 안될꺼'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로 했는데, 제 행동은 전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프로 유스팀에서 불러주면 좋겠다' 이러고 있었으니까요. 목표와 다른 저의 행동이 아들의 스트레스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들과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막연한 미래의 '축구선수'도 아니고 스트레스 가득한 '진학'도 아닌 '훈련 중에 배운 것을 경기 중에 활용해보기' 정도로 단순한 목표입니다. 행여 아들이 조만간 축구를 그만하게 되어도 '배워서 활용하는 법'과 '성공의 경험'을 남겨주고 싶었거든요.
아들은 다시 해보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세워보니 저도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아들 인생의 완성은 아주 멀리 있는데요, 그것을 쫒다보니 행복을 놓쳤습니다. 이제는 축구를 통해 성장하는 즐거움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화하면서 엉엉 울던 아들이 진정하더니 '개운하다' 그러더군요. 짓눌렀던 스트레스를 다 풀어낸 것일까요~
아들을 통해 또 배우는 한 주였습니다.
명확한 목표는 옳은 행동을 이끌어 주는 것 같습니다. 너무 멀리 목표를 세웠다면 그래서 목표에 맞는 행동을 못하고 있다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가까운 목표를 세워보고 하나하나 이뤄가는 즐거움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15년간의 직장생활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2019년 8월부터 지금까지 홍보대행사 '호기P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5년간 열번의 퇴사를 경험하고 커리어 에세이 <호기로운퇴사생활>을 출간했습니다. '프로이직러'라고 불리던 사람이 지난 4년간 스타트업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는 열혈 홍보인으로 변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