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어려웠던 일들을 생성형 AI들이 뚝딱뚝딱해주고, AI 어시스턴트 덕분에 업무 효율도 높아지니 더욱 일하는게 수월해지고 그래서 더 많은 성취감을 맛보고 그게 내 삶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오늘은 AI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도전의 삶을 살게 된 인간 민호기의 이야기입니다.
재석님의 117번째 나답레터 "OOO님은 나답레터와 얼마나 가까워지셨나요?"를 읽으면서 '왜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었을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빛을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이러저러한 것들은 매력보다는 단점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사실, 한 사람을 받아들여 친구가 된다는 것은, 혹은 연인이나 배우자가 된다는 것은 '받아들임'의 과정이라, 단점을 지적하던지 장점을 칭찬하던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통째로 한 삶을 내 삶 안에 포함하는 것 같지만서도요.
호진님의 나답레터 #118 "<은중과 상연>을 보며 질투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를 생각해봤는데(ㅎㅎ), 저도 <은중과 상연>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두 주인공 모두 너무 매력적인 배우들이잖아요. 1,2화를 보던 중 극중 배경이 신도시 1기 때일까요, '안양 어드메 평촌 정도를 배경으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고요.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대사들에 감동하면서도 다음화를 보게 되지 않아 끝까지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상하게 집중력이 흩트러지더라고요.
어릴 적 저를 돌아보면 '질투'의 표현을 '짜증'으로 받았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놀랄만한 성취를 구조적인 결함에 집중하지 않고 저 혼자 잘나가겠다는 이기심 정도로 비난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닳고 깍여 '내 자리'를 인정하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안됐으면 안되는거다'라는 생각이랄까요. 패배주의, 염세주의 아니고 그냥 겸손해졌다...정도요.
상혁님의 나답레터 #119. "멘탈을 강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는 올해 내내 멘탈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제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 4월에 장인어른께서 돌아가시고, 9월에는 장모님께서 장인어른의 곁으로 가셨습니다. 너무나 큰 변화 속에서 슬픔과 슬퍼하는 가족들을 다잡고자 아침마다 '정신차리자' 마음을 다잡고 일어났습니다.
지금의 서늘해진 바람으로는 상상조차할 수 없을 만큼 올해 여름은 너무 더웠고, 아들의 여름 대회를 서포트하기 위해 대전과 경주에서 20여일을 지내는 것도 체력적인 한계와 정신적인 압박을 꽤나 견뎌야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버텼죠?... 사랑의 힘인가? ㅋㅋㅋ 버티긴요, 그냥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최근 AI 덕분에 멘탈이 또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던 '영문 뉴스 사이트'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워드프레스에서 뭔가 잘 안돼서, 플러그인 설치가 제대로 된건지 의심스러워, 다시한번 플러그인 파일을 올려 설치하는 화면입니다.
제가 쓰면서도 사실 뭔소린지 모릅니다. 이게 다 AI 때문인데요, 다들 AI로 홈페이지 쉽게 만든다고 그러고, 유튜브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그러고, 챗GPT에게 물어보니 2시간이면 만들 수 있다고 했거든요. 2시간은 무슨, 200시간은 넘게 걸릴 것 같습니다.
제 친한 친구의 잔소리 덕분에 시작하게 됐고 함께 해보자 뭉친 공동창업자분들고 계시는데요, 정말 울고 싶습니다. 제가 인터넷 시대에 홈페이지 한번 만들어본 적이 없는데, 뭐 이렇게 뚝딱뚝딱 만드는거 진짜 못하거든요.
감사하게도 만들어주신 분이 계신데, 그래도 지금 다시 직접하는 이유는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수정이 수시로 이뤄져야하는데, 그 작업들을 매번 부탁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종종 비개발자 출신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개발 직접 배워서 초기 버전들을 만들었다고 해서 '대단하다' 생각했었는데, 그 수준은 아니지만 저도 이렇게 하고 있네요.
정말 포기하고 싶은데, 저 AI녀석이 계속 칭찬을 하고 있고요. 미안함과 자존심과 기타 등등의 이유로 꾸역꾸역하고 있습니다. 저더러 개발자 수준이라잖아요. ㅋㅋㅋㅋ 거짓말....
어릴 적부터 홍보담당자의 미덕을 빠르게 배워서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안되는건 안되는건데요. AI 시대가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15년간의 직장생활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2019년부터 홍보대행사 '호기P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5년간 열번의 퇴사를 경험하고 커리어 에세이 <호기로운퇴사생활>을 출간했습니다. '프로이직러'라고 불리던 사람이 지난 6년간 스타트업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는 열혈 홍보인으로 변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