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매력적인 사람인가요? '매력'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먼저 화려한 외모나 천부적인 재능, 혹은 타인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소위 '어그로' 같은 것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숏폼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 세상에서는 30초나 1분이라는 찰나의 시간 안에 나를 증명해 내지 못하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때때로 들기도 하고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기익 위해 덜어낼 것을 덜어내기도 하고 새로운 페르소나를 채워 넣어야 하는 일종의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안녕하세요, 님. Team DAY1 재석입니다.
지난주 호기님이 보내 주신 <나답레터 #156. 운동선수를 키우는 아빠가 월드컵과 배재고 야구부를 보며 든 생각> 읽어 보셨겠죠? 호기님을 가까이서 뵙다 보면, 언제나 자기 생각에 당당하고 무례하지 않게 그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분이라는 것을 자주 느껴요. 지난 나답레터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뚜렷한 주관과 표현력이 호기님만의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쓰니다. 저는 그러지 못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호기님다운 매력을 부러워 하기도 있고 곁에서 한 수, 두 수 배우기도 한답니다.
보여지는 기술이 아닌 내 안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
러닝을 하면서 최근에 새로 챙겨보기 시작한 유튜브 채널 <손석희의 12시>를 통해 기억에 깊이 남는 대화를 며칠 전 만나게 되었습니다. 보이는 라디오라고도 하죠? 채널명과 동명인 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송 영상을 유튜브 클립을 통해 볼 수 있는 방식인데요. DJ 손석희님과 게스트인 웹툰 작가 이종범님, 송길영 작가님, 김겨울 작가님 네 분이 잔잔하면서도 유머 섞인 대화를 나누는 방송이었어요. 보통 운동을 하면서 길어야 20-30분 정도되는 유튜브 클립을 라디오처럼 듣는데 이번 회차의 주제였던 '매력'에 관한 얘기에 빠져 운동이 끝나고 나서도 1시간 20분 정도 되는 내용을 끝까지 경청하게 되었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방송이 흘러가는 내내 거울을 보듯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혹은 비즈니스를 하며 당연하게 좇던 '매력'의 실체가 방향을 잘못 짚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시간이었거든요. 타인의 인정을 따르느라 정작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죠.
우리는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기 위해 무언가를 덧붙이려고 노력합니다. 내 것이 아닌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남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모아 나를 포장하느라 분주하기도 합니다. 데이터의 관점에서 시장의 흐름을 날카롭게 읽어내는 송길영 작가님의 말씀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요즘 대중이 진정으로 선망하고 반응하는 키워드는 정형화되어 있는 외적 조건이나 자격증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독특한 '재질'과 '결' 같은 내밀한 단어들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간을 들여 쌓아올리는 일관성
또한 다재다능하고 다면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에게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진정한 매력은 타인의 기준이나 세상의 자로 나를 재단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모호하고 불완전한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이야기가 크게 공감되었어요. 내가 가진 단점과 빈틈, 때로는 찌질해 보이는 모습까지도 "그래, 난 이 부분이 좀 서툴고 부족하지만 이런 내 모습도 제법 괜찮아" 하고 스스로 단단하게 인정하는 순간에 자기 이해와 확신이 바로 매력의 실체가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뒷통수도 매력적인 손석희님과 4인 사색, 네 분의 게스트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편안하게 전하는 '결'이 이번 방송의 '매력'이었습니다.
이종범 작가님의 강의에 관한 내용 역시 흥미로웠는데요. 작가들을 대상으로하는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나라는 존재를 룸메이트로 두고 관찰하는 에세이'를 쓰게 한다고 하시더러고요. 나와의 '관계'가 건강한 사람, 스스로의 '결'을 선명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결코 남을 따라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 관계가 만들어 놓은 작품 위에 억지로 그림을 구겨 넣으려 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와 호흡으로 묵묵히 서사를 쌓아 올릴 때, 우리는 비로소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존재'가 된다고 이해했습니다. 매력의 본질은 세상에 나를 증명하며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가장 깊숙한 자기다움 속에서 저절로 스미고 풍겨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이끌어가던 손석희님이 꼽은 매력의 핵심 동목은 의외로 거창한 성공이나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일관된 친절함'이라는 말씀이 되게 신선했어요.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묵직한 표현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수많은 모순을 만납니다. 자신의 기분이 좋을 때나 이익이 걸려 있을 때는 타인에게 한없이 반갑게 다가가다가도 처한 상황이 달라지면 차갑게 안면을 바꾸는 이들을 보게 되죠. 자기 기분의 노예가 되어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사람은 그가 아무리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을지라도 결코 매력적인 인간으로 남을 수 없습니다.
함께 나누는 시간과 경청의 태도
친절함 뿐 아니라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 순간 나를 다스릴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탄수화물(?)까지 필요한 내면의 근육입니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똑똑한 사람은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똑똑함은 숨기려 해도 한두 마디 대화 속에서 금방 티가 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똑똑함의 밑바탕에 타인을 향한 진심 어린 배려가 없다면, 그 지성은 금세 오만함이라는 흉기로 변하기도 하죠.
내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방의 말에 주파수를 맞추는 '경청'의 태도가 더해질 때, 매력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기 바쁘고, 숏폼처럼 찰나의 관심을 긁어모으기 위해 앞다투는 세상입니다. 이런 시대에 내 눈을 바라보며 묵묵히 경첨해 주는 사람의 존재는 그 자체로 신뢰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재능이나 외모는 타고나는 영역일지 몰라도 일관된 친절과 경청은 자신의 온전한 의지와 태도로 하루하루 쌓여가는 실행 데이터입니다.
극한 효율의 틈새에서 피어나는 '귀여움'과 '낭만'
마지막으로, 방심하다 허를 찔렸다 싶은 '매력'의 코드는 '귀여움'이었어요. 손석희님이 사석에서 박중훈 배우님깨 들었던 얘기를 전해 주신 건데요. 한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완벽하게 롱런하는 예술가나 리더들에게는 나이에 상관없이 저마다의 숨겨진 귀여운 틈새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 심지어 고집스럽고 철저해 보이는 정치인이나 무서운 상사라 할지라도 그 완벽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빈틈이 오래 대하다 보면 문득 귀여움이라는 부드러움으로 치환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완벽한 인물에게 경외감을 느끼고 선망을 품기도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끝내 사로잡아 돌아보게 만들고 응원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 완벽함 뒤에 숨은 인간적인 틈새가 아닐까 해요. 마치 정교한 프롬프트를 부여 받은 GPT처럼 정해진 정답을 완벽하게 출력하는 기계적인 삶이 아니라 때로는 길을 잃고 서툴지라도 나만의 온기를 품고 내딛는 걸음마저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매력의 본질이 아닐까요? 본질적인 매력이라는 것은 결국 외부의 냉정한 평가나 데이터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묵묵한 축적'을 통해 안에서부터 완성되는 은은한 향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님, 혹시 요즘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느라 정작 가장 나다운 고유한 결과 일관된 친절함을 잠시 미뤄두고 계시진 않나요? 주변 풍경이 쉴새없이 바뀌며 가속을 붙이더라도 내 걸음의 속도, 친절함과 나만의 귀여움을 잃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나다운 편안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또 봬요~!
사람들은 익숙하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잖아요. 누구나 갖고 있는 DNA입니다. 전혀 이상할 게 없죠. 포털의 브랜드마케팅팀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GS샵, 인터파크, SPC 등 이커머스 회사와 뷰티 콘텐츠를 다루는 스타트업 잼페이스에서 또 다른 시도들을 거듭하며 '익숙함의 DNA'에 변이가 일어났습니다.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의 직업인'으로 저를 소개해 드립니다. 변화의 앞자락에 서 있는 IT 회사에서 새로운 차원의 지도 '로드뷰',
그리고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는 시기에 처음으로 ‘모바일웹’ 서비스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했어요. 이후 콘텐츠와 커머스 분야에서 크고 작은 캠페인 기획, 마케팅 일을 하며 새롭게 시작되는 프로젝트에 익숙해졌습니다. 점점 더 호흡이 빨라지는 세상에서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일을 대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