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로 일하며 정말 수많은 이직의 조각들을 목격했습니다. 한 직장에서 묵묵히 내공을 쌓아 더 큰 무대로 점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년 주기로 습관처럼 둥지를 옮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직 자체는 커리어를 확장하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다만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직을 할 때 나만의 스토리가 선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입사하는 '첫 회사'는 생각보다 온정적입니다. 신입사원이라는 이유로 가르쳐주고, 실수해도 기회를 주며, 조직에 녹아들 때까지 기다려주는 체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회사부터는 완전히 다른 룰이 적용됩니다. 시장은 여러분에게 '즉시 전력감'을 기대합니다. 아무도 친절하게 업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지 않으며, 스스로 알아서 적응하고 빠르게 성과를 증명해 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직 역시 철저히 '에너지 관리'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현재 직장에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지쳐서 도망치듯 떠나는 이직'은 위험합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을 믿습니다. 방전된 상태로 냉혹한 두 번째 정글에 던져지면, 이내 더 큰 번아웃에 직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반면, 충분한 체력과 에너지를 비축한 상태에서 '더 큰 성장을 위해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선택하는 이직'은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서글프지만 인정하게 되는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의 체력도, 집중력도,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는 회복력도 결코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단순히 '시간을 어떻게 쪼개 쓸까'를 고민하는 시간 관리보다, '내 한정된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에너지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커리어는 단거리 레이스가 아닌 아주 긴 마라톤입니다. 출발선에서 가장 먼저 튀어 나간 사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반환점을 돌 때까지 자기만의 호흡과 페이스를 유지한 사람이 결국 가장 멋진 모습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게 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시간, 모니터 앞으로 달려가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고 스스로에게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 페이스, 무리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