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벚꽃 구경 하셨을까요? 비예보가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이 좋아서 토요일, 일요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정 때문에 꽃구경을 못하셨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봄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지난주 재석님의 뉴스레터 읽어보셨을까요?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재석님의 새로운 시작이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덕분에 재석님과 함께 대회에 나가서 인증샷을 구독자님들께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기왕이면 저희 필진 네 명이 다같이 대회에 나가면 좋겠네요. (같이 나가볼까요?)
<나답레터>를 쓸 때 저는 일주일 동안 천천히 주제를 고민합니다. 그러다 생각이 하나 떠오르면 그때부터 글을 풀어가기 시작하는데요. 지난주에는 금요일 저녁 달리기를 하다가 섬광처럼 어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달리기는 저에게 영감을 주는 시간입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생각이 두루마리 휴지 풀리듯 이어졌고, 어떤 흐름으로 글을 쓰면 좋을지까지 대충의 초안을 머릿속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떠오른 생각을 남겨두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쓰면 되겠거니 방심하고 샤워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주말을 꽃구경하며 신나게 보내 버렸네요.
그런데, 일요일 저녁, 막상 글을 쓰려고 앉아 보니 뭘 쓰려고 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분명 글감을 찾았던 기억은 있는데 그게 뭐였는지 생각나지 않네요. 다시 그날로 돌아가 보려고 했습니다.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어떤 장면이었는지 떠올려 봤지만, 애를 쓰면 쓸수록 저만 괴로울 뿐이네요.
사실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닙니다. 달리기를 하다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좋은 문장을 읽다가 생각이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종종 메모하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합니다. 잘 붙잡아 두었다면 좋은 글이 되고 좋은 기획이 되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누굴 탓하겠어요. 메모를 안 한 제가 문제인거죠!
괜찮다며 정신승리합니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습관을 완전히 들이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노력은 합니다. 다만 달리는 도중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는 그 흐름을 끊으면서까지 메모를 하지는 않습니다.
달리기와 대화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는 핑계랄까요.
그리고 거기에 또 하나의 믿음이 있습니다. 떠오른 생각은 당장 까먹을 수는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입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기억들이 구슬처럼 쌓여 있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떠오르기도 하죠. 그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잊었다고 느끼는 것들도, 어딘가에는 남아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저는 그 생각을 억지로 복원하려 애쓰기보다는, 그냥 두기로 합니다. 지금은 그 생각이 머물 타이밍이 아니었다고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합니다. 애쓴다고 해서 바로 떠오르는 것도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