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재석님의 뉴스레터를 읽으며 언어의 온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마따나 말이라는 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온도가 달라집니다. 어떤 말은 그래서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말은 또 비수가 되어 꽂히기도 하죠. 항상 조심하면서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사실 저의 가장 큰 문제는 가까운 사람에게 언어의 온도가 올라가지 못한다는 점인데요. 편해서 오히려 쉽게 상처주는 말을 건네지는 않았나 반성해 보았네요.
우리는 흔히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진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런데 그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저는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만약 정말로 그걸 알 수 있다면 자기계발서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대부분의 책은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그냥 “찾아라”라고만 말하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저는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제 삶 속에서 좋아했던 경험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줌을 통해 함께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먼저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것. 사실 “좋아한다”는 말 자체가 모호합니다. 순간의 감정인지, 오래가는 마음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저는 이렇게 정의해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해보고 싶은 것.
단순히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 그리고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라는 단어가 붙을 만큼 반복하고 싶은 것. 바로 그것이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것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한 것을 끄집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세 가지 포인트로 구분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선 경험한 것 중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좋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들이 각자의 경험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몰입이라고 하는데요. 영어로 Flow라고도 합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몰입을 해석하는데요. 그만큼 내가 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면 분명 그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할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여했거나 많이 했던 것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하고 있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여했겠죠. 그래서 생계의 개념으로 보기 보다는 여가 시간 등 개인적 시간에 많이 투여했던 것이 무엇이냐를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때 좋아하던 것을 떠올려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어린 시절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재밌어서, 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반복하곤 했습니다. 종이접기, 만화 그리기, 동네 친구들과의 놀이, 글쓰기나 노래 부르기처럼요. 물론 동일한 경험을 성인이 되어서 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순수한 내 마음을 돌이켜 보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의 단서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다 보면 어떤 행위에 꽂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좋아하는 것이 행위 자체일 필요는 없습니다.
얼마 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 해보기, 새로운 사람 만나기, 새로운 길로 달리기, 새로운 여행지 가보기 등등이 그런 경우였는데요. 실제로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몰입하면서 또 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곤 합니다. 비록 힘들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저는 다양한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려 합니다.
이처럼 좋아하는 것은 글쓰기, 달리기처럼 구체적인 행위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새로운’처럼 형용사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들에게는 특정한 주제 (역사, 경제, 환경 등)혹은 사람과 함께하는 관계(누군가를 돕기, 팀으로 협력하기)로 표현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환경 (자연 속, 여행지, 조용한 방) 그 자체가 좋아하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것이 무엇이든, 반복해서 나를 끌어당기는가 하는 점입니다. 어려운 여건이나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때 가장 주의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쉽게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 번 발견했다고 고정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더 구체화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 등을 돌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급해 하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그때의 느낌을 잘 기록하고 남겨두면서 천천히 찾아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제가 정리한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그 경험 속에서 내 감정을 찾다보면 조금씩 그 실체는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찾을 때 내 삶이 조금은 더 살아볼 가치가 있는 기대되는 것으로 바뀌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