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대기에서 아들의 팀은 예선리그 3승, 본선리그 2승 1무를 기록했습니다. 총 5승 1무로 굉장히 좋은 성적이고 이제는 '절대 지지 않는 팀'이라고 해도 되겠더라고요.
물론 우리의 기대는 더 큽니다.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하고, 그럴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지금은 '잘했다'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7월 대전에서부터 경주까지 쭉 붙어서 대회 서포트를 하다가 체력이 딸려서 정말 멘탈이 흔들흔들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아들을 바라보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거에요.
"너는 왜 축구를 하는거냐?"
절대 그렇게 못살았지만 40년 넘게 살면서 지겹도록 주위에서 듣고 선입견처럼 남아 있는 그런 잔소리들 아시나요?
'네가 진짜 이 일을 잘하고 싶으면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것만 하지 않고 네 스스로 부족한 것을 파악해서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해나가고 매일 연습을 따로 해야지, 시키는 것만 하고 어떻게 남들보다 잘하기를 기대하겠냐? 겨우 그것만해서 성공을 할 수가 있을 것 같냐! 내가 보기에 네가 이 정도만 하는 것 보니 너는 진짜로 이걸 하고 싶은게 아니다. 말로만 맨날 떠들지 말고 실제로 하면서 증명해야' 등등등
그런데 아직 어린 애잖아요. 아직 말로 정리할 수 없는 어떤 목표가 있겠죠? 오히려 저 나이에 말로 표현한다면 거짓말일 것 같습니다. 그냥 세포 안에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이고 그것에 충실한 것이겠죠.
그 느낌을 알기에 주위에 '아들이 축구해요'라고 얘기하면 대부분의 어른들의 반응들은 비슷합니다.
"그 나이에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이 부럽네요"
이 곳은 유소년 축구의 성지 <경주 스마트 에어돔>입니다.
경주 화랑대기에 참가한 팀들은 여기서 사진을 한장씩 남기죠!
"나는 왜 홍보를 하는거냐"
질문은 고스란히 지금 저에게도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만약 돈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홍보 에이전트는 그다지 큰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지위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홍보는 그야말로 '을'이고 홍보대행사라면 모를까 일반 직장에서도 CEO가 되는 코스는 아닌 것이죠. 대기업이라면 홍보 임원, 그룹사라면 계열 스포츠단이나 광고대행사 사장까지 가능할까요. 명예를 원하는 것이라면 모든 명예는 뒤에서 일하는 홍보 담당자에게 잊지 않습니다. 권력을 추구한다면 권력은 미디어에 있지 그것을 활용하는 홍보인이게 있지 않죠. 소셜미디어들이 많아지면서 모든 기업이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홍보인은 언론인과 콘텐츠 마케터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의 발달로 홍보 업무의 많은 부분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있죠. 차라리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를 하면 더 영향력이 있을텐데, 홍보의 DNA는 '나를 홍보하는 것'은 또 아니라서요.
그렇지만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아직 배울게 많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고 일을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안서를 잘 쓰고 싶어서 선배들의 제안서를 부단히도 베껴써보고, 맥킨지식 글쓰기는 왜 그렇게 공부를 했을까요. 마케팅 서적이 하나 나오면 가장 먼저 읽어보려고 했고, 외부 강의도 엄청 쫒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 정도해서 겨우 이 정도 하고 있는데요. AI 시대에 없어질 직업에 항상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데도 계속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뭔가 더 잘해보고 싶어서 체력을 기르기로 했습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이번 휴가 때부터 조금씩 달려보고 있습니다. 몸뚱아리가 너무 무거워서 겨우 2,3킬로 정도 뛰는 정도인데요. 아직 러닝 크루도 싫고, 마라콘 대회도 싫어서 그냥 혼자 되는대로 동네 어딘가를 뛰어다니려고 합니다. 체력이 붙으면 에너지 넘치던 20,30대 시절 느낌을 좀 더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15년간의 직장생활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2019년부터 홍보대행사 '호기P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5년간 열번의 퇴사를 경험하고 커리어 에세이 <호기로운퇴사생활>을 출간했습니다. '프로이직러'라고 불리던 사람이 지난 6년간 스타트업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는 열혈 홍보인으로 변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