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학교 대표로 과학경시대회에 나갔어요. 지방 소도시에 살던 저는 시 대회에서 상을 받아서 도 대회에 나가게 되었고, 거기서도 등수 안에 들어서 전국대회까지 나가게 되었어요. (맞아요. 쓸데 없는 자랑입니다)
전국대회는 7월에 진행되었고, 담당 선생님의 배려로 저는 수업을 빠지고 혼자서 경시대회를 준비했어요. 처음에는 수업을 안 들어도 된다는 게 좋았는데, 한 달 넘게 혼자 시간을 보내니 외롭단 생각이 들었어요. 반 아이들과 서먹해지기도 했고요. 하루 이틀 이런 감정이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터지고 말았어요. 저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죠.
우울함에 혼자서 울고 있는데 우연히 본 상담 전화번호가 떠올랐어요. 아마 "1318 힘을내"라는 프로그램 때문에 전화번호가 1318이었던 것 같아요. 전화를 걸어서 상담 선생님께 제 이야기를 꺼내 놓았어요.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에 대해 모르는 사람에게 미주알고주알 꺼내 놓을 수 있었어요.
그때 상담선생님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어요. 저에게 힘을 내라면서 TV에서 주병진 씨 이야기를 꺼내 주셨어요. 코미디언을 하다가 속옷 사업을 하게 된 그가 말한 자신의 좌우명이었어요. 그리고 그 말은 저에게도 큰 감흥을 주었죠. 그리고 학창시절 힘들 때마다 저는 그 말을 되새겼어요.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
우연히 받은 두 번의 코칭
어렸을 때 이야기가 떠올랐던 건 최근 우연히 받게 된 두 번의 코칭 덕분이었어요. 지인 두 분이 코칭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자격증을 따려면 코칭 실습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기꺼이 두 분께 코칭을 받았어요.
첫 번째 코칭에서는 최근 잘 써지지 않는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고요, 두 번째 코칭에서는 퇴사 후 3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불안해 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어요. 코칭의 특성상 상대방이 저에게 어떤 솔루션도 주지 않았지만 저는 제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어떤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솔루션도 이야기를 하다 보니 꺼내 놓을 수 있었죠.
하지만 진정한 즐거움은 제 고민을 알고, 해결책을 찾았다는 것에 있지 않았어요. 그냥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평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코칭을 받으면서 각 잡고 제 이야기를 꺼내 놓으니 그것은 또 다른 힐링이 되더군요. 중 3 때의 기억이 소환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요. 제 이야기를 용기내어 꺼낸 첫 번째 기억이,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삶을 바꿨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내 이야기를 털어 보세요
평소 나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이야기 하고 있을까요? 자주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이야기가 진짜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일까요? 내 이야기를 꺼낸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저 또한 그랬던 것 같아요. 체면 때문에 혹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이 날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서 제 솔직한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어요.
하지만 내 이야기를 꺼내 놓는 작업은 꼭 필요해요. 꺼내지 않으면 생각이 정리되기 어려워요. 꺼내 놓아야 힘든 것들도 털어낼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도 낼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슴 속에만 담아 두면 홧병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털어 놓는 것이 주는 치유의 힘이 분명 있어요.
꺼내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꺼낼 상대를 찾는 게 어려울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자니 부담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두려울 수도 있을 거예요. 이럴 때에는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저처럼 상담이나 코칭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굳이 상담이나 코칭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모임에 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서 받는 진심 어린 지지와 응원이 나를 더 힘나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전의 연대가 눈에 보이는 굵은 밧줄로 각각을 단단히 묶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의 연결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끈으로 느슨히 이어져 있는 서로를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p.113)
지금의 시대에 느슨하게 맺어진 끈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랄게요. 혼자라고 외롭다고 느낄 때에는 오히려 느스한 끈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시나 필요하시다면 제게 따로 연락 주셔도 괜찮아요. 해결책을 드릴 순 없지만 열심히 이야기는 들어 드리겠습니다.
꼭 자신의 이야기를 어딘가에 가감없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시길 바랄게요. 털어야 털어낼 수 있으니까요.
평범한 금융권 직장인으로 살다가, 버킷리스트를 만나 제가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과감히 휴직을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나"를 찾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서 저를 좀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었고, 감사하게 <퇴사 말고 휴직>, <결국엔, 자기발견> 이라는 두 권의 책을 내게 됐습니다. 지금은 '버킷리스트'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 후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