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라는 무난한 인사로 오늘의 레터를 시작해 봅니다. 조금 강한 어조의 제목과는 다르죠? 그동안 <나답레터>를 통해 주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거나 지속적으로 쌓아 나가는 일’에 대해 적었는데요. 오늘의 주제는 그 반대로 ‘하지 않는 것’이에요. 지난주 <나답레터 #35. 저의 작은 사업체에 대한 짧은 회고 입니다>에서 호기님도 언급하셨던 '명상'처럼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 않는 것’ 또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요즘 몸소 깨닫고 있습니다.
그냥 질렀는데, 어쩌다 3주째...
제가 최근 3주째 지키고 있는 것은 유튜브 숏츠나 인스타그램의 릴스, 틱톡 등 ‘숏폼 영상’을 보지 않는 거예요. 아주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어느날 즉흥적으로 결정하여 딱 일주일만 하려고 했던 것이 계획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네요. 그 시작은 이랬습니다. 작년 11월부터 5개월에 걸쳐 코칭을 해 드리고 있는 고객님과의 지지난주 만남에서 우연찮게 ‘중독’을 주제로 코칭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유럽 축구에 관심이 많으신 고객님이 유튜브에서 축구 영상을 한번 보기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전에도 들었던 얘기이긴 하나 이날은 특히나 스스로 불만족스러우셨는지 그 감도가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죠.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만 저도 예능 프로그램에 빠져 있던 한때는 한두 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예닐곱 시간은 우습게 TV 앞에 앉아 있던 적도 있었거든요. 어쩌다 주말에 혼자 집에 있는 날은 말 그대로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아침부터 점심시간 넘도록 채널을 돌려 가며 재방부터 섭렵하고, 저녁이 되면 본방 사수 후 맥주 한잔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옮겨 가서는 잠들기 직전까지 온갖 콘텐츠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날도 많았습니다. 이 정도면 중독이었겠죠? 한편으로는, 6시간이든 7시간이든 특정한 행위에 얼만큼의 시간을 쓰고 있는지 등 정해진 기준이 아니라 그 행위가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중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왠지 잘 어울려요 '도파민'과 '중독'
사전적 의미로 ‘중독’은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인데 언론이나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들 중 음식물이나 약물보다 게임이나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게 더 많이 언급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도파민 중독’이라는 단어도 마치 유행처럼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점진적으로 또는 급격히 높은 자극과 쾌락을 위해 도파민이 나오는 행동들을 수집한다는 의미의 ‘도파밍(Dopamine + Farming)’ 신조어가 트렌드로 소개될 정도예요. 그러다 보니 ‘도파민’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지고 있죠.
도파민이 뭐냐면 말이죠~ 히드록시티라...뭐라고요?
'알기 쉬운 의학용어풀이집'이라고 해서 찾아봤는데 방심했습니...
그러나 ‘중독’이라는 단어와 떼어 놓으면 ‘도파민’ 자체가 긍정 혹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짧게 설명해 보자면, 도파민은 행복, 즐거움, 쾌감 등과 관련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고 성취감을 이끄는 동기부여, 자극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문제는 우리의 뇌가 기본적인 생존 과정에서 일상적인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자연보상보다 게임이나 도박, 술이나 약물과 같은 인위적인 보상에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의 도파민을 분비시킨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점점 더 단기적이고 강하고 자극적인 보상을 욕망하게 되는 것이고요. ‘유튜브 숏츠’처럼 1분 미만 길이의 ‘숏폼 영상’들이 주는 짦은 자극과 단기간의 기대와 보상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겠죠. '다음 영상은 또 얼마나 재밌을까?' 기대하며 몰입감 높게 휴대폰을 꽉 채운 영상들을 몇 초, 몇 십 초마다 쓱쓱 넘기고 있잖아요.
함께해요~ 숨은 시간 찾기!
불과 얼마 전 스마트폰을 드는 첫 순간부터 별다른 목적성도 없이 짧은 영상들을 보기 시작해서 1시간이 넘도록 폰만 보고 있던 날도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숏폼을 보지 않기로 한 두번째 주간인 지난주에는 스마트폰을 쓰는 전체적인 시간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어요.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 ‘죽어 있던 시간’이 다시 살아낸 셈입니다. 고객님과의 약속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그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 저도 모르게 도파민을 분비시키게 된 또 하나의 보상이었나 봅니다.
잡았다 요놈! 지난주 찾아낸 숨은 시간입니다
이 분위기 그대로~ 소위 말하는 ‘디지털 디톡스’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고 싶은데 최근 한 달 정도는 이전보다 일을 하는 시간이 길어져 안타깝지만 PC 앞을 떠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대신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만은 좀더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의 이야기를 전해 드리며 또 한번 큰 고민 없이 일주일 동안 ‘하지 않기’의 새로운 과제를 정했어요. 아침에 집을 나서며 습관처럼 훑어 보던 SNS를 오전 시간 동안 보지 않기! 집중력 좋은 오전에 숨어 있는 시간을 또 끄집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다시 한 주 동안만 지켜 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도전해 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님도 동참하는 거 어떠세요? 꼭 스마트폰이나 SNS, 숏폼과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OOO 하지 않기’를 딱 일주일만, 아니 하루만이라도 함께해 보시죠. 나도 모르게 젖어 있던 ‘쾌락’ 뒤 음흉하게 숨어 있는 시간을 되찾게 되실 겁니다!
사람들은 익숙하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잖아요. 누구나 갖고 있는 DNA입니다. 전혀 이상할 게 없죠. 포털의 브랜드마케팅팀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GS샵, 인터파크, SPC 등 이커머스 회사와 뷰티 콘텐츠를 다루는 스타트업 잼페이스에서 또 다른 시도들을 거듭하며 '익숙함의 DNA'에 변이가 일어났습니다.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의 직업인'으로 저를 소개해 드립니다. 변화의 앞자락에 서 있는 IT 회사에서 새로운 차원의 지도 '로드뷰',
그리고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는 시기에 처음으로 ‘모바일웹’ 서비스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했어요. 이후 콘텐츠와 커머스 분야에서 크고 작은 캠페인 기획, 마케팅 일을 하며 새롭게 시작되는 프로젝트에 익숙해졌습니다. 점점 더 호흡이 빨라지는 세상에서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일을 대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