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Team DAY1 호진입니다. 날이 또 추워졌네요. 추운 날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새해가 되면서 올 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계속 고민하게 되는 요즘인 것 같은데요. 지난 뉴스레터를 보면서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행복의 원천이 '관계'라는 말씀에 제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러 분들도 또한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에너지를 얻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새해의 버킷리스트
매년 연초에 버킷리스트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진행하는 워크숍은 1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100개까지 써 보는 프로그램인데요. 단순히 1년을 계획하기 보다는 쓰면서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게 도와드리는 워크숍이에요. 다행히 오신 분들도 즐거워 하셔서 바쁘지만 신나게 연초를 보내는 중입니다.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니 많은 분들의 욕망을 보게 되는데요.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이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에요. 새해에는 꼭 블로그에 글을 써보겠다, 나의 책을 만들어 보겠다, 브런치 작가가 되겠다 등 글을 써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많은 분들께서 원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 또한 매년 글쓰기 관련 버킷리스트를 가슴에 품고 있고 매년 꾸역꾸역 실천하고 있던 터라 돕고 싶은 마음이 올라 왔어요. 아마도 <나답레터>를 구독한 분들 또한 비슷한 욕망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실천했던 글쓰기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합니다.
단, 이 방법이 모두에게 유효하진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드리는 이야기가 정답은 당연히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꾸준히 쓸 수 있구나라는 비법이라기 보다는 글쓰기를 꾸준히 했던 이 사람의 방법은 이렇구나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각자만의 나답이 있으니까요.
누가 볼까 창피해서...
우선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때 제 상황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당시 목표도 없고 회사가기가 너무 싫은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그러다 아이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여행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저의 기록을 남기는 건 좋았지만 주변 지인들이 아는 건 별로였어요. 숨겨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어요. 제 글을 보고 누군가 '비난'을 할 것 같아 겁이 났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최과장”이란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어요. 제 본명을 버리고 나니 조금 자유로웠어요. 쉽게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아는 사람도 없고 편하게 쓰자', '굳이 잘 쓰려고 애쓰지 말자'라고 생각하니 가볍게 글을 쓸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마구잡이로 글을 쓰고 있을 때 회사 선배의 SNS 글을 보게 됐어요. 선배는 저보다 훨씬 먼저 블로그를 시작한 파워블로거였어요. 그가 여행기를 월,수,금 세 번 연재하는 게 좋아보였어요. 저도 선배를 따라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저의 글을 매주 월, 수, 토 이렇게 세번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어요.
정기적으로 글을 올린다는 게 부담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규칙이 되니 오히려 재밌었어요. 마감이 있는 기자 같은 느낌도 들어서 좋더라고요. 혼자서 어떤 소재로 쓸까 고민도 하고, 일정에 맞춰서 글을 쓰는 게 색다른 재미를 줬어요. 모르는 분들이 오셔서 댓글을 남겨주시기 시작하니 그것도 힘이 났고요. 덕분에 1년 가까이 매주 세 번씩 글을 연재할 수 있었어요.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서는 습관을 만드는 데 있어 보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저에게 연말 쯤 큰 보상이 왔어요. 우연히 SNS를 보다가 경향신문에서 올해의 꾸준왕을 선발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는데요. 심심해서(?) 응모해 봤는데 떡하니 꾸준왕에 선발되어 기사에 소개까지 됐었어요. 상품이 작아서 살짝 아쉬웠지만 신문에 글도 실리고 기쁘더라고요. 계속해서 글쓰기를 해야 하는 명분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2018년 11월 쯤 블로그를 더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 수업을 듣고 나니 미션으로 30일 연속 블로그 글쓰기 미션이 주어졌어요. 글을 잘 쓰면 개별 피드백을 해주겠다는 보상이 있었고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김민식 피디님의 <매일 아침 써봤니>도 읽었던 터라 한 번 해보고 싶었죠.
누가 시켜서 30일 동안 꾸준히 글을 쓰게 됐어요. 그 과정이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주 3일씩 올렸던 덕분인지 매일 올리는 게 그리 힘들진 않았어요. 수업의 보상은 저와 맞지 않아서 도움은 안됐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30일 글쓰기를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었고, 계속 연장을 한 덕에 지금까지 1950여일을 매일 글을 쓰면서 지내게 됐네요. (물론 그 과정에서 사고로 두 번 못 올리긴 했지만요)
덕분에 저는 잘 쓰든 못 쓰든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두 권의 책도 내고 저만의 워크숍도 운영하면서 지낼 수 있게 됐어요. 처음엔 가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제 이름을 내걸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네요. 물론 여전히 누군가가 제 글을 평가하는 게 두렵지만요.!
글쓰기를 통해 얻은 것들
지난 8년 간의 글쓰기 여정을 요약하기가 쉽지 않지만 정리해 보면 저는 저를 조금 숨기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의 힘이 붙었다 생각했을 때 천천히 횟수를 늘려가다 일주일에 3회, 고정적으로 글을 쓰게 됐어요.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상을 받고 글쓰기에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욕심이 생겼고 매일 글을 쓰게 되었네요. 매일 글을 쓰는 게 때로는 힘들 때도 있지만 덕분에 글쓰는 것 자체를 삶에 가장 우선 순위로 둘 수 있었어요. 덕분에 글을 쓰는 효과도 터득하게 되었고요.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글을 쓰면서 여러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직업도 바꿀 수 있었죠. 하지만 어떤 사람이 되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파묻힐 수 있었던 일상이 글로 되살아났고 스쳐지나갈 수 있었던 생각들이 저만의 생각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었어요. 그 과정이 결국 저를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만든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큰 건 글을 쓰는 시간이 저를 스스로 응원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죠. 꾸준히 글을 쓰면서 저에게 해 주는 말들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저를 일어나게 만든 것 같아요.
저의 글쓰기 경험을 들어보니 글쓰기 욕망이 올라오시나요? 꼭 저처럼 매일같이 쓸 필요는 없겠지만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한 번 끄적여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분명 글이 주는 힘을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온마음 다해서 응원드릴게요.
평범한 금융권 직장인으로 살다가, 버킷리스트를 만나 제가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과감히 휴직을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나"를 찾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서 저를 좀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었고, 감사하게 <퇴사 말고 휴직>, <결국엔, 자기발견> 이라는 두 권의 책을 내게 됐습니다. 지금은 '버킷리스트'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 후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