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야구"인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프로야구 중계입니다. 하루 3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 6일 동안 뺏는,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주는 강렬한 도파민 때문에 끊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야구 자체보다는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걸 즐깁니다. 제가 좋아하는 팀은 기아타이거즈인데요. 올해는 하위권으로 예상했는데 슈퍼스타 김도영 선수와 더불어 2년차 신인 박재현, 안아픈 나성범, 환상적 외국인 선발 듀오 올러, 네일 등의 활약으로 가을야구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올해는 야구를 끊으려 했는데 좋은 성적 때문에 야구를 계속 봐야 하네요.
지난주의 성과도 괜찮았습니다. 토요일에 지긴했지만 4승 1패로 기세가 좋았어요. 일요일에도 초반에 불안했지만 9회말까지 7:2로 이기고 있어서 승리가 예상됐습니다. 아이 라이딩 때문에 야구 중계를 끄고 운전에 집중했는데요.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불이 나고 말았습니다. 투수들이 무너졌고, 결국 아웃 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고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고 역전을 당했어요. 너무 안타까운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생중계는 못보고, 문자로 결과로 확인해서 마음의 상처가 덜했는데요. 결과도 결과지만, 월요일에는 야구도 없는데 화요일 저녁까지 이 우울함을 갖고 지내야 한다는게 더 슬펐네요.
이날 야구는 키움의 홈구장인 고척 돔구장에서 진행됐는데요. 다른 경기와 달리 오후 2시에 진행됐어요. 다른 경기들은 더위로 인해 저녁 7시에 열렸는데 우리 팀 경기가 없었음에도 다른 팀들의 경기를 중간중간에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유는 우리와 순위 경쟁하는 팀들의 결과가 중요했거든요. 그들이 지기를 바랐습니다.
"경쟁팀의 상대팀"을 열심히 응원하면서 중간중간에 상황을 지켜 봤는데요. 신기하게도 제가 잠깐 중계를 보는 상황에서 제가 응원하는 "경쟁팀의 상대팀"은 아웃을 당하고, 병살타를 치더군요. 이겨주기를 바랐던 팀들은 모두다 지고 기아타이거즈의 경쟁팀이 승리를 차지했어요. 결국 기아타이거즈는 4위로 순위가 한계단 내려갔고, 5위에 쫓기는 입장이 되어 버렸네요.
남이 안되길 바라는 마음
남이 안되기를 바라며 응원했는데 결과가 안좋으니 더 울적하더군요. 남이 안되길 바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일종의 회의감 같은 게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쓸데 없이 시간까지 낭비하며 내가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회의감이 들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는데,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못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일상에서 자주 올라왔어요. 경쟁이라는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남이 실수를 하거나 잘 못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그래야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마음을 뒤집어 준 게 바로 장미란 씨의 이야기였어요. 유퀴즈에서 장미란 씨가 했던 말이 인상깊었어요. 경기를 할 때 상대팀 선수가 잘못하기를 바랐는데 그런 생각이 부끄럽다는 고백이었어요. 결국 자기 자신에게 집중했었고 덕분에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따는 성과를 만들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남이 안되기를 바라는 것에 대해서 경계했었는데 야구를 보면서 이 마음이 무너지더군요. 남이 안되는 걸 바라는 마음을 통제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네요.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그래서 나답레터를 쓰면서 이런 마음을 경계하고자 오늘 글을 씁니다. 야구 경기에서 드러나듯이 남이 안되길 바라는 마음은 순간 도파민이 올라올 수는 있지만 회의감이 올 수 밖에 없는 마음입니다. 그것보다 내가 또는 우리 팀이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필요해 보여요.
이런 마음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어요. 물론 야구 경기 결과는 좀 다른 결이겠지만 일상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통제할 수 있는 내 태도와 연결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남을 통제하긴 어렵지만 집중해서 성과를 만들려고 하는 내 마음은 어렵지만 다스릴 수 있는 영역이니까요.
그럴 때 결과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기쁨은 더 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도 노력한 스스로를 인정하고 격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어려운 마음이지만 오늘도 "나"에 대해 더 집중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