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답레터> 잘 받아 보셨나요? 재석님의 레터를 보면서 정의를 내리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나만의 언어로 "일"에 대해 내린 정의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해답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는 나다움만이 존재한다는 뜻의 "나답"이 국어사전에 언젠가 등재되는 날을 꿈꿔 봅니다.
이번주 <나답레터>는 화요일이 아닌 수요일에 발송합니다. <나답레터>의 주 독자층이 직장인인 만큼 휴일이 끝나고 출근길에 뉴스레터를 보내는 게 더 맞을 것 같았거든요. 행여나 화요일 레터를 기다리신 분들께는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 (그런 분이 있으셨다면 연락주세요. 개인적으로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더불어 이번주 <나답레터>는 오랜만에 나가는 출근길에 힘이 나는 이야기로 준비해 봤으니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눈치 없는 대리님의 농담
연휴가 끝나고 일터로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습니다. 푹 쉴 땐 좋았는데 쉬는 관성을 다시 일하는 쪽으로 돌리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병이 "월요병"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봅니다. 휴일의 마지막 밤은 잠도 잘 이루기 어려우니까요.
월요병 이야기가 나오면 몇 년전 눈치 없는 대리님의 농담이 떠오르곤 합니다. 카드사 광고팀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었어요. 벌써 7,8년 전 일이네요. 회사에서 홍역(?)을 치르고 난 후 사장님께서 광고,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점심을 사주셨습니다. 고생했다고 말이죠.
스무명 남짓의 직원들이 한식집에 앉아서 밥을 먹었어요. 어색한 자리였습니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고 사장님 혼자 허허허 웃는 그런 자리였죠. 이때 분위기를 깨기 위해 한 대리님께서 사장님께 무리수를 던졌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농담이라면서요.
"사장님, 월요병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세요?
월요병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거래요! 하하하"
이야기를 꺼낸 대리님과 사장님의 짧은 웃음이 끝나자 정적이 흘렀습니다. 다들 화가 났습니다. 실제로 뉴스 기사로도 나왔고 인터넷에 유행하던 농담이긴 했지만 자리가 적절치 않았죠. 당시는 '주 52시간제'도 없었던 터라 일요일 근무도 수시로 하던 때였거든요. 행여나 농담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길까 조용히 밥만 먹었습니다.
일요일 출근에 대한 농담은 해프닝 정도로 끝났지만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저의 뇌리에 남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어요. 월요일이 다른 요일보다 힘든 건 사실이고 일요일에 워밍업을 하면 힘듦이 나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일요일에 출근하는 게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어떻게 월요일을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볼 수 있었어요.
모드 전환을 위해서는 완충지대가 필요합니다
월요일이 힘든 이유는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휴일모드'에서 '일모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해요. 전환을 위해 에너지를 쏟으니 힘들게 느껴지죠. 이럴 때 갑자기 전환을 하게 되면 삐걱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요일에 일을 하는 건 말도 안되지만 자연스럽게 전환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힘든 월요일을 보내지 않으려면 말이죠.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 모드를 전환할까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순조롭게 휴일에서 일하는 모드로 바꿀 수 있도록 나만의 예열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완충지대를 마련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완충지대 : 대립하는나라들사이의충돌을완화하기위하여설치한중립지대."
(네이버 국어사전 참조)
완충지대가 없으면 하루의 시작이 고되고 힘듭니다.
완충지대는 쉼과 일 사이의 중립 지대를 의미합니다. 갑자기 모드를 바꾸기 보다는 중간에 중립지대를 마련하면 휴일의 아쉬움을 덜고 일을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회사에 다닐 때 저는 근무 시간 1시간 전에 출근하는 것으로 완충지대를 마련했어요. 일요일에 출근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일찍 출근해서 회사로 가진 않았어요. 회사 앞 스타벅스 가장 구석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노트북을 켜고 저의 취미생활인 블로그에 글을 조금씩 썼습니다. 점깐의 여유시간이자 일하기 전 저의 머리에 활기를 불어 넣는 시간이었어요. 1시간의 여유가 모드 전환을 위한 에너지 비축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사무실로 들어가서도 일의 전환을 위해서 쉬운 일부터 먼저 처리했어요. 최대한 단순한 일로 하루를 열어서 뇌에 신호를 보냈어요. 이제는 일을 해야 하니 슬슬 준비하라고 말이죠. 그렇게 서서히 시작하니 일의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됐어요. 그렇다고 매번 기쁘게 일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월요일의 부담이 조금 줄어들 수 있었어요.
프리랜서가 된 지금도 일로 전환하기 위한 저만의 루틴을 마련하고 있어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멍을 때린다거나 가볍게 이메일과 뉴스레터를 보면서 하루를 '천천히' 시작하죠. 갑자기 일에 집중하면 금세 고꾸라질 수 있으니까요.
저의 방법이 답은 아닙니다. 다만 참조가 될 것 같아 소개해 봤어요. 회사 앞을 5분 정도 산책을 하거나 책상에 앉아서 할 일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어떤 방법이 됐든 휴식의 시간을 정리하고 이제는 일을 해야 한다고 뇌에게 신호를 보내는 방법이면 좋을 것 같네요. 정답도 오답도 없는 나답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보세요.
그런 점에서 오늘 <나답레터>를 읽는 시간이 여러분의 모드 전환을 위해서 에너지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순탄한 하루를 위해서 말이죠.
좋아하는 것으로 완충지대를 채워보세요
좋아하는 것을 적극 활용하세요
그렇다면 어떤 완충지대를 만드는 게 좋을까요? 저는 잠깐의 시간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우리의 기분은 좋아집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때도 있죠.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충전된 에너지가 일모드로 전환할 때 좋은 영양분이 됩니다.
좋아하는 것은 굳이 크고 대단한 것을 떠올리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편히 쉴 때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활동을 생각해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운동을 하셔도 좋고, 잠깐 글을 써도 좋습니다. 책을 읽거나 멍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SNS는 잠시 내려 놓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요? 다양하게 시도해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자체도 좋아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단 5분이라도 나를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를 꼭 발견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것이 결국 나다움으로 연결됩니다. 완충지대는 나다움으로 채워갈 수 있는 거고요.
평범한 금융권 직장인으로 살다가, 버킷리스트를 만나 제가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과감히 휴직을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나"를 찾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서 저를 좀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었고, 감사하게 <퇴사 말고 휴직>, <결국엔, 자기발견> 이라는 두 권의 책을 내게 됐습니다. 지금은 '버킷리스트'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 후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