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재석님의 레터 잘 보셨나요? 뉴스레터를 읽으며 숙련목표라는 말이 "훅" 다가왔어요. 나만의 숙련 목표들을 채워가다 보면 성과목표들과 연결 될 거라 믿는 게 중요해 보이더군요. <나답레터>를 읽으신 분들도 당장 뭔가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것이 영글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실패를 하고 계신가요?
지난 주의 숙련목표와 연결해서 이번 주는 "실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회사 다닐 때 저는 실패가 별로 없는 편이었어요. 실수는 수도 없이 했지만 실패의 기억은 없었어요. 너무 평탄한 삶인가요? 회사원이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회사라는 울타리가 저를 보호해주고 있어서 실패를 잘 느끼지 못했어요.
저의 실패 흑역사가 시작된 건 회사라는 울타리를 나오고 나서였어요. 나를 찾아보겠다고 2019년 휴직을 했고 그 때부터 다양한 실패를 경험했어요. 각종 공모에 신청했지만 떨어지기 일쑤였고, 책을 내려고 출간 제안서를 출판사에 보낼 때는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을 받을 뿐이었어요. 죄송합니다는 그래도 양반이었죠. 아예 대답이 없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실패 중이에요. 여기 저기 제안을 해보지만 성공확률이 높지 않은 편이에요.
실패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이 어그러질 때마다 힘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패가 반복되면서 내가 이렇게 하찮은 존재였나라는 자기 부정도 하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자존감도 떨어지는 것 같고요.
그러던 와중에 실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담긴 책 속의 문구를 발견했어요.
"그 수많은 시도, 그것을 실패라 부르지 말라. 그 실패를 지금부터 시도라고 부르자. (중략) 실패는 없을 뿐이다. 오직 무수한 시도가 있을 뿐이다”
구본형 선생님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에서 찾은 문구였어요. 이 문구를 읽고 나니 제 실패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어요. 실패가 좋은 건 아니지만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승리"가 가능해 지더라고요. 내가 뭔가 도전하고 있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다시 해 보고 싶은 용기도 장착할 수 있었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실패를 안 한 이유도 알 것 같았어요. 딱히 시도한 게 없었으니까요.
실패하고 있다는 것, 우리가 살아 움직이고 도전하고 있다는 증거이니 너무 나쁘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실패를 하면서 우리는 숙련되어 가고 있을 테니까요.
실패이력서라고 아시나요?
얼마 전 유퀴즈에 나온 이소은 씨 덕에 "실패이력서"에 대해 알게 됐어요.
이소은씨가 로스쿨 첫 시험을 망쳤을 때 어머니께서 축하카드를 주셨다고 해요. 5,6년 뒤 실패가 큰 기회로 다가올 때가 있을 테니 축하받아 마땅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영향 덕분인지 이소은 씨는 실패이력서를 쓴다고 해요. 거창한 건 아니지만 자신이 실패한 것에 대해서 마음을 정리하는 글이라고 해요.
미국에서는 "실패이력서"를 많은 분들이 쓴다고 해요. 진로개발센터, 리더십프로그램, 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에서 실패이력서를 쓰는 방법을 안내하고 직접 써보기도 한다더라고요. 실패를 나열한 후 거기서 내가 무엇을 배웠고,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할 지를 정리한다고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많이 하곤 했는데 실패이력서를 쓰면서 복기하는 과정이 성공으로 이끄는 데 필수적이란 생각이 드네요. 좋은 건 따라해보는 게 상책이라니 저도 따라해 보려고요. 거창하게 이력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패한 것들을 써보고 거기서 제가 뭘 얻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독자님들도 자기만의 실패를 정리해 보시길 바랄게요.
일희일비말고 ㅇㅇㅇㅇ 하세요.
실패를 시도라 보고, 실패이력서를 쓰면서 복기하는 것 외에 하나 더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바로 일희일비하지 마시라는 말씀이예요. 너무 뻔한 말인가요? 게다가 지키기도 쉽지 않은 말이기도 합니다. 저도 잘 못지키니까요. 작은 성공에 기뻤다가, 실패에 좌절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겪는 편이예요. 반복하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제 마음은 항상 위 아래를 오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매번 움직이는 저의 감정을 존중해 주려고 노력해요. 어쩔 수 없는 제 감정의 파고를 인정하는 거죠. 충분히 감정을 느껴야 회복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일희일비하는 대신 "일비일희"하려고 노력해요. 말 장난 같지만 항상 마무리는 좋은 감정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편이죠. 실패이력서라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패에서 배웠던 것을 넘어서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는 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예요. 크든 작든 실패에서 좋았던 것들을 뽑아내려고도 하고요.
저는 무엇이 됐든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일을 대하든 그것의 결론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고 마무리 짓는 게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 그래야 다시 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니까요.
긍정의 에너지를 드립니다
실패한다는 것이 우리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물론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보시고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나가시길 응원합니다.
평범한 금융권 직장인으로 살다가, 버킷리스트를 만나 제가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과감히 휴직을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나"를 찾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서 저를 좀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었고, 감사하게 <퇴사 말고 휴직>, <결국엔, 자기발견> 이라는 두 권의 책을 내게 됐습니다. 지금은 '버킷리스트'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 후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