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민희진-방시혁 이슈를 주목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신념'에 따라 명확하게 비판하는 요소가 있다는 점입니다. 복잡다단해진 한국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해답을 찾아가지도 궁금하고요. 반드시 좋은 논의들이 일어나야하고 좋은 해답으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우리 삶은 사회의 규칙과 관습 등 여러가지 틀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됩니다. 그 틀 안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의 꿈도 바뀝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하는 '달성'이라는 것도 틀 안에서 가능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 사안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에 아들이 넷플릭스에서 '서울의봄'을 보면서 '화'를 냈는데요. 화를 내지 않아고 '이해'해버리면 '이태신'의 삶을 모범으로 삼지 않고 '전두광'을 삶을 목표로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 아이들이 많아지면... 30년 정도 뒤에는 '전두광' 동상을 만들자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성숙한 어른이라면 항상 후대에 어떤 사회를 물려줄지 고민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계신다면 미래의 케이팝 스타들에게 저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그들의 미래를 열어줄 수 있지 고민해봐야하는 것이지요.
이 사건에서 민희진에 대한 비판은 대략 이런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하이브가 보도자료를 뿌린 '주술경영' 같은 한심한 소린 집어 치우자고요. 추가로 여러 매체에 그럴 듯한 스토리를 만들어 노출한 것 같은데 안통하던데요)
"니 마음대로 할꺼면 니 돈으로 회사했어야지"
"어디서 피고용인이 회사를 먹어 삼키려고 해"
"배신자 새끼, 믿고 고용해줬더니 어디 감히 대들어"
"너 보상 충분히 받은거잖아. 완전 돈독 올라서 더 받으려고 하네"
지난 번 레터에서 저는 민희진의 파격적인 기자회견을 라깡의 '죽음충동'으로 이해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돈독 올라서 그런다'는 비판은 제쳐둘게요. 1천억원 벌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니까요.
민희진을 비판하고 민희진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민천지'로 부르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본주의의 룰을 지키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결정적으로 이 부분에서 생각이 다르더라고요. 자본의 힘으로 민희진이 성공한 것이고 일반인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큰 액수의 돈을 벌었으면 '조용히해라'라는 것이죠. 자본주의를 종교적 신앙보다 더 큰 가치로 믿고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절대 불변의 규칙 같은 것으로 여기더라고요.
그런데 자본주의는 완벽한 것이 아니고 그래서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시장'과 '돈'에 맡겨 두었을 때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으로 보완해나가고 있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만족하지 못하면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 지금 그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면 바꾸면 되는 것이에요. 믿고 따라야하는 규칙이 아닙니다. 이것이 제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만약 저 룰을 따르면 자본가는 계속 자본가이고 돈으로 사람들을 누르면서 더 부자가 되겠죠. 돈으로 그어진 계급을 역전할 수 없다면 공정한 시장이 아니겠죠. 지위의 역전이 일어나야 여러분들도 살아가는데 희망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자본의 힘으로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속박할 수 없다'는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서 경업금지 조항을 금지하기로 한 것이죠. 아래 아웃스탠딩 콘텐츠를 보시면 이해를 높이실 수 있습니다.
올해 4월 23일 미 연방거래위원회에서 경업금지 조항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겸업 금지'가 회사를 다니는 중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 '경업 금지'는 재직 시에는 물론 회사를 떠난 후에도 동종업계에서 일하거나 창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본 사건을 기업에서 인재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현상으로 설명하는데요, 노동자에 대한 '독점권'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제 해석으로 "돈으로 유세를 떨어도 살 수 없고,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난다"는 것인데요.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이 사태를 바라보면서 "억울하면 네 돈으로 창업하지 그랬냐?" 정도의 저렴한 의견은... 많이 아쉽습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배워온거 맞죠?
차라리 방시혁과 하이브에서 '민희진이 싫어서 뉴진스가 망하던 말던, 어도어가 망하던 말던 너 하나는 내가 반드시 죽인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설명이 더 인간적이에요. 본인이 일군 회사를 남이 먹으려고 하면 짜증이 나죠. 그러니 제발 잘 배운 척, 옳은 척, 도덕적인 척하며 자본주의 논리를 들이대지 맙시다.
옳은 결론을 냅시다. 케이팝의 위대한 역사를 쓴 방시혁을 그 격에 맞게 인정하고, 민희진과 뉴진스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 같은데요.
15년간의 직장생활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2019년 8월부터 지금까지 홍보대행사 '호기P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5년간 열번의 퇴사를 경험하고 커리어 에세이 <호기로운퇴사생활>을 출간했습니다. '프로이직러'라고 불리던 사람이 지난 4년간 스타트업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는 열혈 홍보인으로 변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