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Team DAY1 호진입니다. <나답레터>의 2023년 마지막 뉴스레터를 제가 보내게 됐네요. 뭔가 뜻깊은 뉴스레터를 보내야 할 것 같아 이런 저런 고민을 해봤는데요. 딱히 좋은 주제가 생각나지 않아 최근 저의 경험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우선 지난 주 재석님의 뉴스레터 잘 보셨나요? 올 한 해 성공한 것과 시도한 것들을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한 해를 잘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시도를 하고 어떤 성취를 이루셨는지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랄게요. 기왕이면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추천드려요. 생각하는 것과 기록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번 뉴스레터는 재석님의 이야기에 연장선상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1년을 좀 더 "잘"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제 경험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2023년 12월 31일과 2024년 1월 1일은 사람이 구분해 놓은 "선"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경계를 넘는 순간 잘 정리하면 희망을 품을 수 있어 좋으니까요.
30개의 질문으로 1년 정리하기
지난 11월부터 6주 동안 저는 몇몇 분들과 1년을 정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질문을 드리고 그것에 대해 답하면서 지난 2023년을 회고해 볼 수 있었어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를 포함한 참여자 분들은 자신의 1년을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30개의 질문 바로가기)
저 또한 프로그램의 운영자이자 참여자로서 하나씩 질문에 답해보면서 1년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요. 흘러가기만 한 줄 알았던 1년이었는데 하나씩 따져 보니 부단히 애쓰고, 노력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 아쉬운 점들도 보였지만,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시간을 계획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네요.
가장 중심을 둔 활동에 대한 답변
가장 아쉬운 점에 대한 답변
1년 정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분들의 경험은 제게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힘든 경험을 한 참여자의 글에는 응원도 하게 됐지만 평온한 제 삶을 감사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누군가의 습관을 보면서 2024년에 따라해 봐야 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네요.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던질 때는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뭐라고 써야 할 지 몰라 29개의 답변을 쭉 살펴 봤거든요. 답변 하나하나를 보면서 100% 최선을 다했냐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잘 한 거다라고 생각하니 잘 살아온 2023년의 저를 꽉 안아주고 싶더군요. 괜히 눈물도 찔끔 나오는 것 같았네요. (느낌적으로만)
내 경험을 다양하게 펼쳐보세요
"많은 이들이 나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알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탐색을 강조하지만 사실 세상과 등지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고 해서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체적 상황, 관계, 환경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깊이 관찰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렇게 나는 꿈을 분석하는 것보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깊이 관찰하는 게 자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요한, "여행하는 인간" 중에서)
문요한 작가의 "여행하는 인간"을 읽으면서 자기를 잘 알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구체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추상적인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뭘 느꼈고 뭘 배웠는지를 먼저 들여다 보는 게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30개의 질문이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의 저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그렇다고 질문에 답하는 것만이 구체화의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경험했던 것들을 "그냥" 쭉 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크든 작든 자신에게 의미있다고 생각했던 경험을 생각나는대로 (최대한 많이) 써놓고 나면 1년 동안 "내"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살펴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 속에서 "내"가 무엇에 집중했고, 무엇을 얻었고, 무엇이 아쉬웠는지를 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1년동안의 경험을 자유롭게 써보는 워크숍을 몇 번 진행했었는데요. 워크숍을 통해 "쓰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1년이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말씀하신 참여자 분들이 많았었네요.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다이어리와 휴대전화 사진을 보면서 내가 했던 1년을 쭉 써보시길 바랍니다.
다 쓰고 나서, 경험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보면 1년을 훨씬 구체적으로 정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얼마 전 지방 출장을 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길 라디오에서 박소현 씨의 한 마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어요.
"직장인들은 직장을 다닌 것만으로도 1년을 잘 사신거 라는 걸 잊지 마세요."
이 말은 꼭 직장인에게 유효한 말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비록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또 직장인이었지만 직장을 그만 두었더라도 2023년 12월 말을 버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들 한 해를 잘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말이죠. 그것이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든, 아직은 부족하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다만 자신의 노력을 좀 더 긍정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뭘 경험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잘 살았다는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남기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래야 잘 살았다는 것이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닌 진짜 FACT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는 그런 FACT요.
평범한 금융권 직장인으로 살다가, 버킷리스트를 만나 제가 원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과감히 휴직을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나"를 찾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면서 저를 좀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었고, 감사하게 <퇴사 말고 휴직>, <결국엔, 자기발견> 이라는 두 권의 책을 내게 됐습니다. 지금은 '버킷리스트'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 후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