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에게는 개똥철학이 있다.
공부를 하던 축구를 하던 5학년쯤 됐으면 오고가고 하는 것은 아들 스스로가 해야 한다는 것. 호기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어릴 때야 당연히 부모가 돌봐줘야 하지만 이제부터는 무엇을 하던 부모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면 그것은 부모의 것이다. 즉 축구를 부모의 욕심으로 아들에게 시키고 있는 셈이 된다. 아들 스스로 해야 비로소 아들의 꿈이고 목표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클럽팀은 효율적이다. 이미 좋은 선수들을 성장시켜 왔고 여러 경로를 통해 민바페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민바페의 성장을 위해서도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좋은 시스템 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에 맞춘 지도 방식으로 이미 이 지역에서 선수들이 몰려들고 있는 팀이다. 그리고 가깝다. 왕복 통학 시간이 1시간 이내다. 민바페가 학교에서 셔틀차량을 타고 훈련장을 이동하면 되고 마치고 셔틀차량을 타고 집에 오면 된다.
민바페의 지금 팀은 전국적으로 강팀으로 소문이 나있다. 몇주 전에 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유스팀에는 이번 우승 멤버들이 대부분 함께 진학하게 됐다. 유스팀이 꽤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져있다.
클럽팀 역시 강팀으로 성장해 서울 전역에서 명성을 쌓고 있다. 민바페와 같은 학년의 팀은 지금의 민바페 팀보다는 강하지 않지만 이번 겨울이 지나고 나면 다른 모습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지금껏 팀을 키워온 경험과 자신감에 기인한다.
“내일 일을 오늘 알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호기는 나름의 선택 기준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내 답답해졌다. 어떤 선택을 하던 결과를 지금 알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선택을 할 수 있지? 결국 내가 조금 더 바라는대로 기준을 세워서 그것이 맞다고 몰아가는 것 뿐 아닐까.
‘일단 진학을 목표로 해보자, 민바페가 결국 2년 뒤에 좋은 중학교 팀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한 호기는 ‘U15 유스팀’을 목표로 세웠다.
“U15 유스팀에 진학하기 위해서 U12 유스팀이 좋을까, 클럽팀이 좋을까”
더 큰 목표는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고, 유명 명문 리그에서 선수로 뛰는 것일텐데 아직 머릿속에는 그때까지 길이 그려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아들도 같은 생각을 할지 알 수는 없다. 물론 지금은 아들도 그러고 싶다고 하지만 성장하면서 꿈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그때를 위해 마음을 비우고 열어둬야 한다.
“차라리 내 일이 없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받아들이고 책임지면 그만인데 이건 너무 힘든데…”
호기는 또 중얼거렸다. 얕은 한숨도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