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힘들어졌을까...??
사실 올해 초부터 스타트업 생태계의 분위기가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함께 일하던 고객사들의 어려움도 피부로 느껴졌고요. 그래도 나름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저 역시 그 어려움의 한가운데에 서 있더군요.
홍보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사람의 가장 큰 기쁨은 좋은 고객사를 만나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작은 기업이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시장에서 인정받고,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이죠. 그럴 때는 제가 마치 그 회사의 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기쁩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고객사를 만나면 마음에 상처를 입습니다.
그리고 통장도 상처를 입습니다.
더군다나 통장의 상처는 아주 오래갑니다.
지난 레터에서 의기소침한 이야기를 꽤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고통이나 시련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가 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많은 일을 했습니다.
어떻게든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홍보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작은 스타트업들을 위한, 지금보다 더 저렴한 홍보대행 플랜도 만들었습니다. 비용 때문에 홍보를 포기하는 기업이라면 이 정도 가격에는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만들어 놓고는 한두 곳에만 소개했을 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덜 배가 고픈 걸까요?'
그보다는 제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탐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멘토처럼 생각하는 대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 고민을 들으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싸게 일하지 마.
싸게 일하면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내도 고마워하지 않아.
원래 그 값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제대로 돈 받고 일해."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홍보가 돈 많은 기업들만의 무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도 세상에 알릴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작은 기업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만나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성장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홍보를 그저 값싼 마케팅 수단 정도로 생각하다가 그만두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적절한 홍보대행 가격은 얼마일까요?'
스타트업을 위한 적절한 홍보대행 가격은 얼마일까요?
그동안 저는 늘 고객사가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을 고민했습니다.
얼마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을까. 얼마면 대표님이 흔쾌히 계약할 수 있을까.
그렇게 가격을 낮추고 또 낮추다 보니 어느 순간 저도 그 가격에 맞춰 일하고 있더군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때로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꼴랑 이 돈 주고 이것까지 해달라고?'
스스로 가격을 낮춰 놓고는 그 가격에 불만을 갖는 겁니다.
참 모순적이죠.
어쩌면 제가 낮춰야 했던 것은 가격이 아니라 고객사의 기대 수준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가격에 맞는 서비스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했어야 했고요.
그런데 홍보라는 일이 어디 그렇게 딱 잘라지던가요.
기사 한 건이 나가면 다음 기사를 고민하게 되고, 기업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계약서에 없는 이야기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니 가격을 낮춘다고 제 마음까지 쉽게 낮아지는 건 아니더군요.
사실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은 이미 계산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격을 당당하게 공개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광고비로는 매달 1억, 2억 원씩 쓰면서 홍보비 100만 원에는 민감해하는 기업들을 보면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광고와 홍보는 성격도,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기업의 평판을 만들고 신뢰를 쌓는 일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인색할까 싶은 거죠.
그런 기업들을 위해 굳이 더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역시 제가 아직 덜 배가 고파서일까요?
아니면 이제야 제 노동의 가치를 조금은 알게 된 걸까요?
요즘 저는 매일 전 세계 광고·PR 업계의 동향을 정리해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이런 취지의 문장을 만났습니다.
"고작 이메일 한 통으로 평판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맞는 말입니다.
보도자료 한 번 배포하고, 기사 몇 건 나왔다고 기업의 평판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기업의 평판은 오랜 시간 쌓인 경험과 신뢰의 결과입니다.
홍보는 그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만들고, 좋은 이야기가 세상에 전달되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하면서 정작 저는 그 일의 가격을 너무 쉽게 낮춰 온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답을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앞으로는 고객사가 얼마를 낼 수 있을지만큼이나, 제가 얼마를 받아야 제대로 일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